(리포트)
KBS 라디오 수필공모전 1등 입상한 아르헨띠노
“아르헨티나의 한인들”주제로 응모해
‘한인들보다 한국을 더 사랑하는 현지인’ 세군도 베가 씨(81세)가 KBS 국제라디오의 서반아어 방송 45년 기념 수필공모전에서 1등에 입상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주제는 “아르헨티나의 한인들”로 그가 바라본 한인들의 대인관계, 가정문화 등에 대해 다뤘다.
베가 씨는 “지난 해 12월 31일 1등에 선정됐다는 통보를 받았고 방송국과도 전화인터뷰를 했다”고 밝히고 “다니엘 디아스 로스 코러스 아르헨티나 전통음악팀장과 호르헤 디 마시 라 쁠라따 대학교수의 축하를 받았다”고 전했다.
1984년부터 KBS 국제라디오(스페인어)을 청취해온 베가 씨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KBS 국제라디오 아울러 한인교민들 모두에게 감사드린다”며 소감을 밝혔다. 상품으로 디지털 카메라를 받은 그는 “사용법을 잘 몰라 배워야 하지만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뚜꾸만 주도 뚜꾸만에서 40km 떨어진 꼰셉시온에서 3남 2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베가 씨는 본지 99년 3월 25일자 기사를 통해 ‘한국인보다 더 한국적인 현지인’으로, 또한 재외동포신문 2003년 8월 9일자에는 ‘한국과 한국인을 사랑한다’는 제목으로 소개된 바 있다. 이 밖에 지난 2003년 아르헨티나 문화부, 재아르헨티나 대사관, 재아 한인회가 공동 출판한 “함박꽃: 아르헨티나의 한국인에 대한 자잘한 얘기들”에도 그의 작품 “잊을 수 없는 여인”이 실렸다.
한편, 공모전의 2등(2명), 3등(3명) 입상자에 아르헨 현지인(네스또르 루비오와 마르셀로 알레한드로 이도메디)이 포함돼 있다.
그가 한국을 사랑하기까지
라디오 청취로 하루 시작, 꾸준히 한국 관련 자료 스크랩해와 베가 씨의 한국에 대한 관심은 그의 평소 생활에서 엿볼 수 있다. 매일 아침 7시, 그는 라디오를 켠다. 많이 낡았지만 그에게는 다루기 편한 구형라디오의 주파수를 11710 Khz에 맞추면 지구 반대편에서부터 DJ의 음성이 들린다.
24년 동안 꾸준히 청취하고 있는 라디오 애청자 베가 씨를 사로잡은 한국문화는 다름 아닌 전통음식이었다. 그는 “모든 것의 시작은 1984년 쉐라톤 호텔에서 열린 ‘한국 궁중요리 전시회’였다”고 말한다. “그곳에서 처음으로 맛을 보게 된 쌀밥, 불고기, 궁중전골은 정말 대단했다. 또한 한복과 한국 전통혼례식을 구경했는데 정말 신기하고 아름다웠다”고 고백한다.
그는 한국과 아르헨 교민사회에 관심을 가지고 여러 관련 자료들을 꾸준히 스크랩 해오고 있다. 한국 관련 자료만 한 책장에 따로 보관할 정도다. 또한 집 거실에는 온통 전통 공예품으로 진열돼 있으며 벽에는 민속 탈들과 부채를 걸어 놓았다.
한인들의 행사에 빠지지 않고 참가하는 베가 씨는 언제나 현지인으로서 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그들과 함께 즐기며 멋진 대화를 이끌어 낸다.
그는 2003년 8월 한국제단을 통해 처음으로 그토록 기대하던 한국여행을 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의 15일은 3점의 앨범을 가득 채우고도 모자랄 귀중한 경험이었다고 말한다. “KBS 방송국을 방문하고 전국의 문화명소를 돌아다니며 정말 아름다운 시간을 보냈다”고 회고하는 그의 눈은 어느새 그리움에 젖어 있었다.